본심을 찾고 인의를 구하자

본심을 찾고 인의를 구하자

남 일 재(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찬 바람이 제법 드세게 불고 가을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곧 세상이 얼어붙는 겨울이 시작될 것입니다. 온 몸이 움추려 들기 시작합니다.

 

  2006년 한 해는 참으로 답답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조금도 변화없는 3류 정치판의 연속, 총체적 불경기라는 경제적 참담함,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한 아파트 값의 폭등, 희망을 잃어버린 도시빈민과 청년실업자들의 절망감, 북한의 핵실험과 느닷없는 간첩단 사건,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행, 어느 것 하나 웃을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푯대를 잃고 방황하며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은 것 같았고, 리드하는 지도자나 따르는 국민이 모두 극심한 혼란과 혼돈 속을 헤메이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이 되게 했을까요? 인간이 만들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왜 그렇게 꽉 막혔을까요? 결국 사람의 문제로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흔들리면 세상도 흔들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지요.

 

  맹자(孟子)는 인간은 기본적 본성을 지닌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이란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참고 있을 수 없는 마음(不忍人之心)’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슬픔을 함께 하며 서로 위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런데 맹자 당시의 사회환경은 전쟁과 폭정으로 너무나 황폐하여, 민중은 살아서는 먹을 것이 없고, 죽어도 장사조차 지낼 수 없는 암담한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은 타고난 본성을 지켜가기는 고사하고, 본심(本心)과 존심(存心)을 잃어 결국에는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금수(禽獸)와 같은 존재가 되고 세상은 무질서와 혼란, 무법(無法)과 무례(無禮)에 빠져버렸다고 한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맹자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잃어버린 본심을 찾기만 한다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정치가와 지식인들과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본심을 찾으라고 주문하였습니다. 왕과 정치인같은 지도층 인사들이 본심을 잃고 제 정신이 아니면 백성 역시 제 정신을 잃고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말하면서, 어떤 권력자 앞에서도 눈앞의 이익보다 민중을 위한 인의(仁義)를 먼저 구하라고 설파하였고, 잘못이 있으면 지체없이 시인하고 즉시 고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본심을 찾는 작업이 곧 학문이며 수양(修養)이며, 수양의 방법으로는 과욕(寡慾)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과욕이란 모든 것을 적절하게 하고 욕심을 줄이라는 말입이다. 이는 타고난 본성에 맞추어 주어진 환경과 능력에 맞게 살아갈 뿐 결코 탐욕의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러면서 맹자는 진기심(盡其心)하고 지기성(知其性)하라고 이르고 있다. 마음을 극진히 하고, 본성을 찾게될 때 질서있고 희망있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말입이다.

 

  맹자는 2000년전의 옛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 시대의 삶에 대하여도 분명한 어조로서 충고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 지식인들 역시 본심과 존심을 잃어버리고, 눈앞의 이익과 욕심에 몰두한 나머지 참다운 할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마음이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것을 알지도 못하는 것 아닐까요?

 

  이제부터라도 개인적인 욕심을 줄이고 인의를 구하며, 국민과 더불어 즐거워할 줄 알고, 본심을 찾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는 정치가, 지식인, 기업인, 그리고 평범한 민중들을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마태 6:33)” 고 하시며 하나님의 나라와 민중의 의(義)와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던지신 예수님같은 지도자를 고대하며, 모든 사람들이 본심을 찾고 의를 구하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06년 12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