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사건이 주는 교훈
남 일 재(동서대학교 교수)
전 동국대교수 신정아씨 사건이 일파만파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이 사건의 시작은 가짜 학위를 이용하여 국내 유수한 대학의 교수직을 얻었고 또 이를 토대로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직에 오르려한 유명 큐레이터 한 사람의 학력 위조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정아씨 사건은 급속하게 번져가서 가짜 학위로 또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몇 사람이 거론되더니, 곧 이어 이름만 들어도 알 수있는 톱 스타급 유명 연예인은 물론 일부 종교인들마저 연루되어 세간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중시풍조 때문에 발생한 안타까운 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도 학력의 덫에 걸려 실력을 들어낼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하였고, 학력과 실력이 언제나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학력 위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감추고 오랜 세월을 가슴 졸이면서 지내야했던 이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도 학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받는 사회는 분명 문제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신정아씨 사건은 단순한 학력 위조 사건을 넘어서서 정치권과 종교계, 문화계를 휩쓰는 커다란 쓰나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최측근 보좌관의 연루설에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성 발언을 하다가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고, 종교계, 미술계, 학계가 모조리 부적절한 관계를 일삼는 부도덕한 집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신정아씨 사건은 한 사람의 학력 위조 사건을 넘어서서 대선 정국을 강타하는 정치 스캔들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언론에서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문화계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불씨를 지펴놓았습니다.
한 개인의 거짓말과 출세를 위한 부적절한 행동이 온 나라를 이처럼 요동치게 만들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사건의 시종과 진위의 문제를 넘어서, 이처럼 사태가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과 자정능력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의 사회적 원인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업적주의와 출세지향적 풍토가 만연해 온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반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와 함께 학력이 그 무엇보다 중시되는 풍토 또한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학력은 실력있는 엘리트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학력 그 자체가 실력과 반드시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학력이 부족해도 실력있는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너무도 절실해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로써 덮어보려는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건을 이처럼 확대시킨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신정아씨 본인은 물론 연루되거나 의혹을 사는 이들이 한결 같이 행한 공통된 태도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일시적으로 사태를 덮을 수 있는 듯 하지만 결국에는 사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스스로를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 넣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의 진보를 믿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으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삽니다. 이번 신정아 사건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도덕적 자정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2007년 9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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