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대의 사회 환경과 여성 지도자
남 일 재(동서대학교 교수)
지난 20세기를 조직과 힘을 바탕으로 전쟁을 통하여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온 시대로 본다면, 앞으로 전개될 21세기는 화해와 평화를 전제로 한 환경 친화적이며 복지 지향적인 시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부연한다면 20세기 사회는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에 따라 힘에 의한 패권주의적 사회였으며. 그 결과는 제국주의, 식민주의와 더불어 민족간의 갈등과 전쟁으로 점철되었으며. 강자와 가진 자들에 의하여 약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은 억압과 착취의 희생물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극도의 사회적 이기주의에 의한 불신감의 극대화와 인간성의 상실,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국제적 국내적 갈등의 연속, 테러리즘과 보복의 악순환은 환경파괴와 함께 지구촌을 위기로 몰아온 것을 도저히 부인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치밀한 계산과 엄격한 손익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이성적인 남성 지도자들에 의한 사회 경영이 결국에는 지구촌과 인류를 절망과 위기의 공포 앞으로 몰아다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끌어가야 미래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되고 온전한 모습의 미래형 지구촌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미래는 말할 것도 없이 전쟁과 테러가 없는 사회, 갈등과 테러 그리고 보복의 악순환이 없는 사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며 깨끗하고 향기나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사는 사회로 회복시켜야 할 것입니다. 치밀한 계산과 빈틈없는 이성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무한한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는 마음에 의한 직관과 절제력, 그리고 성실한 집중력 등으로 표현되는 감성적인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 사회 운영의 주역을 한 번 바꾸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냉정한 이성적 계산에 따라 엄청난 힘에 의한 강압적 질서를 계속해 온 세력들을 잠깐 쉬게 하고, 보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또 삶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즉 여성들이 사회 운영에 적극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이성적인 패권주의자들이 지금까지 지구촌의 사회적 주역을 맡아오면서 어질러 놓은 것들을 이제 새로운 시각, 새로운 가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보다 감성지수가 높은 여성들에 의해서 정리되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EQ 즉 감성지수가 중요해 지는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치밀한 이해관계에 의한 계산적인 두뇌인 IQ보다도, 풍부한 정서를 바탕으로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 이해와 사랑을 나타내는 가슴으로서 EQ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미래는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명사적 요청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차세대 지도자,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들은 뜨거운 가슴과 높은 감성지수를 가진 자들이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개인적 야심과 가문의 영광, 눈꼽만큼도 안되는 권력에 눈이 멀어 세상을 온통 고통과 고뇌 그리고 부정과 부패로 물들게 만든 현재까지의 소위 지도자들과 차별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교한 법칙과 수학적 계산에 따라 만물을 이해하려는 자연과학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양자물리학자들은 원자보다 더 작은 소립자의 세계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계산으로도 또 치밀하게 구성된 자연법칙을 통하여도 이 소립자들의 위치와 질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해 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찾으면 찾을수록 아무 것도 없는 허공만 만나게 되는 이 소립자의 세계를 계산해내기 보다는 차라리 직관에 의하여 확률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의 분석에도 치밀한 계산과 법칙보다도 더 상위 개념으로서의 직관과 이해가 있다는 것이지요.
자연 현상도 이러하건데 하물며 인간 사회의 미묘함을 어찌 이성적 계산에 의해서, 그리고 단순히 힘의 논리로서 풀어갈 수 있겠습니까? 한편의 시를 읊을 줄 알며, 꽃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가슴 아픈 사연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줄 아는 사랑의 마음과 따뜻한 감정이 바로 인간의 삶 아닐까요? 이런 것이 바로 평화이며 복지이자 환경 친화적라는 뜻이 될 것입니다.
21세기,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면서, 이 새로운 시대에 여성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삶의 질을 개선하고 평화와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 새롭고 깨끗하며 희망찬 정치 환경의 구현은 그 동안 정치적 사회적 주역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참여 확대에 의해 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남성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살아온 여성들의 견해와 리더십이 세상에서 제자리를 잡을 때 통제와 지배, 전쟁과 폭동, 권력투쟁 등으로 얼룩졌던 인류 사회를 변화된 모습의 새로운 사회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문명사적인 대세로 나타나고 있는 감성적인 사회의 지도자로서 여성이 그 주역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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