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서병수 시장, 정치력이 관건이다
남일재 동서대학교 교수 정치학 박사
서병수 시장의 취임으로 부산에는 문정수 시장 이후 16년 만에 정치인 출신 시장 시대가 열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야 중견 국회의원들이 광역 시·도지사로 대거 나선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서 시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지낸 중진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실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동안 관료 출신 시장 시대를 지켜보면서 중앙 정부의 정책과 연결되는 굵직한 지역 현안마다 일정 수준의 한계를 보여 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서 시장의 성공적인 시정 운영은 여권 실세 중진 정치인으로서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 시장, 당내외 지지기반 탄탄하지 못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시장의 정치력을 둘러싸고 지역 정가에서는 다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것은 서 시장의 지역 내 정치적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득표율 50.7%로 오거돈 야권 단일 후보와의 격차가 1.4%포인트에 불과하였고, 무효표도 5만여 표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었다. 그보다 앞서 있었던 새누리당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경쟁 후보들과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두어 당내 지지기반도 그다지 튼튼하지 못함을 보여 주었다.
야당과의 문제는 더욱 만만찮다. 이미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전력도 있는 김석준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성향 야권 인사로서 시정의 협력 파트너로 녹록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또 부산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약 40%의 득표율을 보여, 같은 여권 표밭인 대구 경북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더구나 새 정치를 표방하며 야당 지도자로 부상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결국 부산은 야성이 비교적 강한 도시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여건을 토대로 서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9.34%의 유권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되었다. 여기다 이번 선거 승리가 '박근혜 눈물 마케팅'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어, 앞으로 4년간 시민의 마음을 붙잡고 야권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정치적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부산시장은 정치인인 동시에 행정가이기 때문에, 당면한 지역적 과제를 매끄럽게 해결해 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지지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PK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을 비롯하여 국가 의전 서열 10위 내에 8명이나 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이 포진되어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에도 부산 출신의 김무성 의원이 선출되어 서 시장의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
이제 관건은 서 시장의 정치력이다. 전임 허남식 시장이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서도 뼈아프게 지적 받는 점은 관료 출신 시장의 한계였다. 즉 부산시가 중앙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치인 시장이 아니다 보니 중앙정부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로부터 지적 받았다. 서 시장에게 바라는 점은 바로 이런 갈증을 풀어 달라는 것이다.
굵직한 지역 현안, 정치적 해결이 최우선 과제
굵직한 지역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 유치, 아시아 영화·영상 중심도시 특별법 제정, 동북아 해양물류 중심도시 위상 정립 등은 행정 절차의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들이다. 이미 북항 재개발, 에코델타시티 개발 등도 사실상 중앙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부산이 부산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정책과 연계하여 정부 예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내는 일이야말로 여권 실세 정치인 출신 시장이 풀어가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서 시장은 정치적 지지기반을 더욱 넓히기 위해서 야권과의 대화 채널을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 그리고 여당 내 정치적 위상을 더 확실하게 다져가야 한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부산의 현안들을 해결하는 큰 정치력을 보여 준다면 정치인 서병수의 미래는 한층 더 도약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부산은 한국 정치의 격동기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정치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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