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3 [10:50:05] | 수정시간: 2014-04-03 [14:12:41] | 22면
[부일시론] 여성정치인 발굴 육성 시급하다
남일재 동서대 교수·정치학박사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린 데 이어 6·4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여성 정치참여 확대 문제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기존 제도들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프랑스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파리 시장에 당선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참여',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이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 본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 정책의 쟁점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참여 확대 제도는 여성 할당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시 50%를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여성을 1명 이상 의무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선거 모두 지역구 후보자의 여성 30% 할당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권고 규정일 뿐 의무조항이 아니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여성 참여 확대 방안은 전혀 없으며 정당의 자율적 공천에만 맡겨 두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참여 확대 정책은 비례대표 후보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 할당제마저도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의 헌법적 근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조항이다. 그런데 법 앞의 평등이란 개념은 '불합리한 차별의 금지'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을 평등하게 대우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상대적으로 남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오거나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면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 자체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여성 할당제는 정당이 후보자 공천에서 여성 후보에게 일정한 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당의 공천 과정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공천 과정은 흔히 밀실공천, 비리공천, 보은공천, 보복공천 등으로 얼룩지게 마련이다. 이 같은 하향식 비민주적인 행태는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역량 있고 우수한 여성 정치인이 제대로 발굴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다른 시각에서는 여성 할당제가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근본적 방안이 아니라고도 한다. 제도 자체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고 참여할 사람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우수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정치계에 적극 도전한다면 제도의 유무에 관계없이 여성의 정치참여는 저절로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남성 정치인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정치판이 과연 여성들보다 훨씬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한 남성들이 많아서일까 하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된다.
여성의 우수성, 정치계에서도 빛을 발해야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질과 능력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의료계는 물론 체육계와 각 군 사관학교에서도 여성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우수성이 정치계에서만 유독 늦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여성 정치인 비율이 15.7%로 세계 113위에 그친 사실은 한국 정치가 대단히 후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계에서 유독 양성 평등 의식이 미흡하고,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국가적 시스템과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성 파리 시장의 등장을 가져온 프랑스의 '남녀 동수법' 같은 적극적 법률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여성 정치인을 발굴 육성하는 체제도 갖추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세계 중심국으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한국 여성의 우수성이 정치계에서도 그 빛을 발하기를 기원한다.
'살아가는 이야기 > 붓가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일시론] 지방선거, 잘 뽑아야 한다 (0) | 2014.06.06 |
---|---|
[부일시론] 한국사회 쓰레기 청소에 시효는 없다 (0) | 2014.05.07 |
[부일시론] 맹자를 알면 정치가 보인다 (0) | 2014.04.30 |
부일시론] 안철수 신당에게 묻는다 (0) | 2014.03.05 |
부산 발전, 사람이 문제다 / 부산일보 2013.9.27 오피니언 기고문 (0) | 2014.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