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6 [10:32:30] | 수정시간: 2014-03-06 [10:32:30] | 22면
[부일시론] 맹자를 알면 정치가 보인다
남일재 동서대학교 교수·정치학박사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창당을 선언하면서 제법 해 볼 만한 선거판이 되어간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를 밀실 야합이라고 강력 비판하면서도 중진 총동원령, 순회 경선 등 새로운 전략 짜기에 골몰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주목할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에 나설 인사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으며, 또 국민 앞에 진솔한가 하는 점이다.
정치의 본질과 정치인의 덕목 두루 제시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역사 드라마 '정도전'에는 맹자(孟子)가 자주 등장한다. 고려 말 어지러운 정국을 혁파하고 새 정치를 꿈꾸는 정도전이 고대 중국의 사상가인 맹자를 들고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맹자는 정치의 본질과 정치인의 덕목을 간결하고도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치를 꿈꾸는 오늘날 정치인들도 깊이 새겨 둘 만한 대목이 많다.
맹자는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으로 이(利)를 버리고 인의(仁義)를 가지라고 말한다. 눈앞의 정략적 이익보다 먼저 국민의 미래를 향한 대의를 가지라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이익을 말하면 행정가들도 이익을 논하게 되고, 행정가들이 이익을 논하면 하급 관리와 국민들도 이익 투쟁에 나서게 되어 결국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정치를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략적 이익 투쟁으로 여기지 않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큰 정치인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두 번째 덕목으로 맹자는 '여론을 따르라'고 말한다. '인재를 쓸 때도 온 나라 사람이 모두 좋다고 한 후에 발탁하는 정치라야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고 하였다. 국민의 뜻과는 아무 상관없이 제멋대로 여론을 왜곡해 해석하고 행동하는 이 시대의 정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가르침이다.
세 번째 덕목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맹자는 정치인들만의 독선을 철저히 배격하고 무슨 일에든 민중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것을 강조하였다. 큰 토목공사를 벌이든, 어떤 문화적 이벤트를 진행하든 국민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행위는 정당성을 지니게 된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정치인들이 그들만의 치적을 위해 필요 없는 지역개발사업을 마구 저질러 놓은 병폐를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여민동락의 정신을 가진 인물이 많이 나타나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맹자는 유명한 '항산론(恒産論)'을 통해 정치는 국민의 경제와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고 하였다. 항산이란 생활의 안정을 위한 기초적 수입원의 확보를 의미한다.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국민들이 '항심(恒心)'을 이루고 도덕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사회보장의 정신이다. 최근 유서를 쓰고 함께 자살한 세 모녀의 가슴 아픈 사연이 국민들을 울리고 있다. 정치로 이름을 내고 싶은 자들은 먼저 이 대목에서 큰 가르침을 얻어야 한다.
맹자는 천명(天命)을 마지막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천명이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 무엇이던가.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하였다. 바로 민중의 소리인 것이다. 천명을 거역하는 치자(治者)는 망한다고 하였다. 치자는 언제라도 바꾸어 버릴 수 있다. 정치인들이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민중의 소리를 듣고 실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권자는 정치인의 자질 꼼꼼하게 따져야
현대는 정치가 일상화된 시대이다. 국민의 삶은 정치적 판단과 행위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모두가 높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이 많은 한편 들려줄 이야기도 많다. 정치인들은 이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실천하고자 하는 소명의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민심을 거스르거나 지배하려는 정치인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교훈을 이번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인사들이 꼭 유념하기를 바란다. 기존 정당을 유지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결코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맹자가 전해 주는 덕목들을 통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정치인의 자질을 꼼꼼하게 따져 보는 일이야말로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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