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비켜간 마을, 부산 범5동 매축지(埋築地)
* 아래 포스팅의 매축지 마을은 2023년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대규모 개발로 모두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부산 도심 한 복판에 시간이 비켜간 섬이 있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 속에 묻혀 있는 키 작은 마을엔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두 사람이 지나가기 힘든 좁은 골목이 있다. 부산 북항 미군 부대앞, 부산 동구 범5동 매축지 마을. 이 매축지 마을은 일제강점기 군사 목적으로 바다를 메워 마구간을 지어 둔 곳이었다.
해방 뒤 그리고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이 됐다. 매축지 마을의 집들은 대개 2-3평 남짓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골목은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 지독히도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던 마을이 요즘 조금 기지개를 켠다. 흑백영화 같은 이 마을 풍경 그대로 영화 ‘친구’와 ‘아저씨’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한 후, 대학생들이 벽 그림을 그려 분위기를 바꾸어 주었고, 이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21세기형(?) 도심 공동화장실도 리모델링하여 새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또 ‘KBS 다큐멘타리 3일’팀이 다녀가기도 하여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곳이다.
2012년 4월 6일 오전 이 마을 작은도 서관 마실에서 매축지 주민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강의가 시작되었다 하여 잰 걸음으로 다녀왔다.
이 매축지 옆 성남초등학교를 나온 나에게는 매축지 친구들이 많이 있고, 어린 시절 그 비좁은 골목길을 무수히 드나들며 놀았던 추억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강좌를 마련해주신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와 부산 동구쪽방상담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스마트폰으로 담아낸 사진 몇 컷 소개한다.
50년전과 조금도 변하지 아니한 골목길
이런 골목길이 미로처럼 엮여져 있다.
군데군데 폐가도 있어 더욱 을씨년스럽고
집이 허물어진 빈터에 둔 화분이 정갈하다
마주보는 집 문을 서로 열면 이방에서 저방까지 모두 한집이 된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옆 블럭 골목길
어둡고 좁은 골목에도 희망의 햇살은 찾아들고
나름 멋을 낸 벽화에는 영화이야기가 담겨있다
골목은 골목으로 이어져 끝이 없는 듯...
3평 남짓 빈터는 누구네 방이었을까?
미로같은 골목에도 4거리는 존재하고
간판만 남은 약국, 안경끼고 있던 약사아저씨는 어디로?
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고
환하게 웃는 꽃들, 싱그러운 초록이 살아났다
공동화장실도 새단장하여 마을 쉼터가 되었고
친구의 한장면이 그려진 이 곳은? 역시 화장실
부산진시장 뒷길에서 매축지로 연결되는 굴다리
이 굴다리는 50년전 사람 한명 지날 길만 제외하곤 거적데기 움막에 사람이 살던 곳이다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매축시장으로 이어진다
매축시장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이 집 아래에서 오뎅(어묵)을 튀겨내었는데
길은 다소 넓어지고 포장도 되었지만 생선 가게와 참기름집은 여전히 그자리에 있다
희망의 인문학 강돠가 진행된 마을 작은도서관 마실
50대-80대에 이르는 분들이 젊은 강사의 열강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주제는 문학에 나타난 부산진(매축지 인근)으로 소설가 김말봉을 주로 소개하였다
강좌를 듣고있는 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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