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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미개방 편백나무 숲 법기수원지 산책

Etranger nam 2013. 6. 7. 03:38

 

80년 미개방, 편백나무 숲 법기수원지 산책 / 사진 47컷


2013년 6월 6일 현충일, 부산 근교인 양산군 동면 법기수원지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2011년 수원지 준공 79년만에 처음 공식 개방을 했다는 말을 듣고 있던터라 '한번 가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다가 이 번에 발걸음을 한 것이지요.


저수지 둑과 둑 하단 편백나무 수림지(4만4000㎡)에 대해 전망대, 산책길, 벤치, 파고라, 간이화장실, 휀스, 체육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시 공간으로 개방한 것인데, 벌써 무분별한 방문객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환경 훼손의 우려가 있어 저수지 둘레길을 조성 개방하려던 게획이 무기 보류 되었다는군요. 아쉬우면서도 자연 보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수지 둑길에서 80년째 크고 있는 소나무들이 저수지 수면과 어우러져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온 것이 벌써 20여년이 훌쩍 넘어, 많이 변해버린 인근 풍경이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당시 법기리 마을에는 부산의 원로 화가 고 오영재씨의 소박한 화실이 있었고,
 양산박이라는 이름의 박 냉면을 개발한 박 공예가 한경수씨의 박 농장이 있어서 더러 발걸음을 하곤 했었습니다.

동행하여 모시던 고 허천 선생님(전 부산일보, 국제신문 논설위원)이 생각이 나는군요.


예전에는 법기리 마을 아랫쪽 국도변 창기 마을까지 버스로 와서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길을 쉬엄쉬엄 걸어 법기 수원지까지 오곤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개방을 안했기 때문에 비공식으로 슬며시 들어가서 수원지를 힐끗 보곤 잽싸게 내려오곤 했었구요. 법기리 마을에서 닭이나 개나 뭐 이런 것을 장만해 주는 집이 있어 더러 편의를 보곤 했더랬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흐르는 개천도 깨끗하여 발을 담그고 놀기도 했더랬는데, 이제는 마을을 관통하여 수원지 입구까지 포장 도로가 개설되었고, 마을 옆으로 양산시로 넘어가는 대로와 터널이 뚫려 완전히 다른 마을로 변해 버린 통에 어리둥절할 지경이었습니다. 

 

법기수원지는 미개방 80년으로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닫지 아니한 몇 안남은 비경이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서 내품는 휘톤치트 만으로도 이곳에 다녀 올 이유는 충분하다

법기 수원지 입구

정문을 들어서면 수령 57년 째 되던 해 여름,  1980년 7월 어느날 벼락으로 숨을 거둔 고사목이 먼저 인사를 한다.

편백 숲길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에게는 너무도 좋은 산책길이다.

 이 넉넉한 터전에서는 여러가지 산나물도 자라고 있어서 채취하려는 방문객과 말리는 직원들의 실랑이가 계속된다.

댐 아래 1932년 축조 및 준공 당시의 사진이 있어 역사를 말해준다

둑길로 올라가는 계단 길. 사람들은 이 길을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들 한다.

둑아래 편백숲 앞에는 벤치가 있어 좋은 휴식 공간이다.

둑에 올라서니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 온다

이 둑에는 수령 90여년의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아직은 여기가지만 개방이다. 저 출입금지 팻말 뒤 저수지 둘레길은 어쩌면 영원히 열리지 아니할 수도 있다.

 

내려서는 길 둑에는 빨간 야생화가 상큼하다

편백 숲에는 출입이 제한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 곳이 좋단다.

하늘을 가리는 키 큰 나무들

주위에는 아까시아등 다른 나무 숲도 잘 조성되어 있다.

 

뒤돌아 산책로를 다시 한번 보고는

둑 위의 소나무에게도 잘 있으라 인사를 건냈다

둑 아래 한켠에는 댐 조성시 강점기 총독을 지낸 일본인의  굴귀 적힌 수구가 있다.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는 源淨潤群生

이글을 쓴 일본인 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했다는 강우규 의사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어 이채로웠다.

 

정문 밖에는 제법 그럴듯한 커피 샾과 주민들의 노점이 펼쳐지고 

커피 샾 담벼락의 그림이 참 좋아 보인다

노포동 지하철 역과 연결되는 마을 버스

이 개천이 예전만 같지 못하고 그냥 마을 도랑이 되어 버린 듯하다.

마구 타고 오는 승용차 때문에 억지로 조성한 간이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