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Etranger)의 월드투어

세상구경하며 찍은 사진과 일정 소개

죽기 전에 지구끝까지

골동과 차의 세계/차 한잔의 여유

깊은 산속 흐르는 시냇물로 차한잔

Etranger nam 2011. 6. 26. 04:04

대학 동기중에 제법 알만한 기업의 CEO로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 미식축구부 출신으로 인물도 제법 그럴듯하고 성격도 좋아서 뭇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곤 했었지요.

하여 철 지날 때마다 여자 친구가 바뀌곤 하던 바람둥이였습니다.

공부는 아예 접어 둔 것 같이 나대며 살았는데, 

사회생활은 성공적으로 하여 잘나가는 기업으로부터 스카웃을 받으며 성장해왔습니다.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녀와  결혼하여 꼭 저닮은 아들 둘을 두었으니 결혼도 성공한 셈이지요.

학교의 열등생이라도  사회적인 열등생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이 친구 요즘은 짬만나면 캠핑카 수준의 4륜 구동 차를 몰고 심산 유곡을 주유하니 같이 즐기자고 유혹을 해왔습니다.

아래 글은 그가 같이 가서 즐기자며 보내온 글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춘천, 집달리골이라는 곳에 가서 텐트치고 보냈는데, 물소리,시원한 공기, 깜깜한 깊은 밤,밤에는 7급공무원 영화도 보고, 70년대 팝송도 크게 틀어놓고, 고기를 구워먹고, 밧데리 불을 모두 끄고 촛불을 켜놓고 깊은 밤을 사색 했어요. 밤에는 추워요, 다음 부터는 보일러 가동해야 될 것 같고, 살아 있는 기쁨과 늙어가는 초조함이 어울러져 긴 밤을 보내고 왔어요, 운전을 잘하면 좀 더 깊은 산속으로 가고 싶은데 한계를 느껴요. 인간이 없는 산속에 혼자 있고 싶은 욕망...

 

이 친구 말 속에서 '살아있는 기쁨과 늙어가는 초조함' 이라는 표현을 보며 

왜 깊은 산 속에서 혼자 날 밤을 새려하는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하긴 잘 나간다고 한들 이제 무대를 내려올 날은 점점 가까워오니,

앞만 모며 줄기차게 달려온 날들이 화려할수록 막내린 후 무대 뒤로 걸어 나올 순간을 잘 준비해야 하겠지요.

 

이 친구에게 차 한통 선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참에 아예 따라가서 깊은 산 속에서 흐르는 시냇물로 찻물을 잡아 들고

지난날도 이야기 하고 앞으로 살 날도 이야기 하노라면 그 차 맛이 엄청 좋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무슨 차가 어울릴까 곰곰히 생각중입니다.

(솔직히 향기로운 술 한잔이 더 좋으련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