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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있는 정치지도자

Etranger nam 2011. 6. 26. 02:51

권위 있는 정치지도자

남 일 재(동서대학교 교수)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기사를 접하였습니다. 영국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각국의 여러 정상들도 여왕이 풍기는 ‘거역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진다고 하였습니다. 영국 여왕이 민주주의의 교과서와도 같은 제도를 가진 나라, 영국에서 여전히 국왕으로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민주주의 사회에도 지배와 피지배는 있으며 그 사이에는 지배의 정당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배의 정당성이란 피지배자인 국민이 권력을 지닌 지배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권력의 속성인 지배력과 권위를 정당하게 해주는 것으로 베버는 세 가지 기준을 들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통적인 기준입니다. 이것은 가족 관계에 있어서 부모가 자녀를 지배하는 권위는 오랜 전통으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 같은 왕정 국가에 있어서 국왕의 권위 역시 전통적인 기준에 의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베버는 카리스마적 기준을 들고 있습니다. 지배자가 피지배자가 너무도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비범함을 보여줄 때 피지배자는 지배자의 권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영웅이나 위인의 경우입니다. 세 번째 기준으로는 합리적 기준을 말하는데 이는 법 절차에 따라 지배력을 얻은 경우를 말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 정치지도자가 선출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영국 국왕의 경우는 전통적 기준으로 지배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전통만으로 여왕이 세계적인 권위를 얻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수상은 취임 당시 여왕과의 만남을 ‘전통적 관례’정도로만 생각했으나 점차 ‘지혜를 구하는 소중한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얼마 전 타계한 보리스 엘친 전 러시아 대통령도 여왕을 만나고 난 후 “누군가에게 그렇게 솔직해 본 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통적 여왕이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는 권위를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읽어냈기 때문인 것이지요. 여왕은 전통적인 권위위에 넘치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전통적 기준에 의해 국왕으로 군림하는 경우에도 개인적 능력과 비범함이 더하여질 때 그 권위는 빛을 더하게 됩니다.

그런데 법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정치권력을 가지는 제도가 민주정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너무도 자명한 원리인 합리적 기준으로 선출된 정치지도자가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비록 법 절차에 따라 지도자로 선출되었더라도 그 지도자가 차별적인 수월성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할 때 민중은 실망하게 됩니다. 정치 지도자가 비범함도 없고 피지배자보다 못한 무능함을 나타낼 경우 지배의 정당성은 흔들리게 되고 그 지배 구조는 불안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요즘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치게 되고, 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에 의해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후 개인적 무능이 들어나거나 민중을 휘어잡을만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할 때, 그 대통령은 권위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권위없는 대통령, 권위를 잃어버린 정치지도자는 결코 국정을 원만하게 끌어갈 수 없습니다. 이제 대권주자들은 국민을 설득하고 매료시킬만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바탕위에서만 권위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카리스마는 쓸데없는 고집이나 세 불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혜와 용기이자, 그리고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007년 5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