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상념들이 방안을 휘감는 통에 날밤을 새웠다.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책장을 기웃거리니 수필집 <어멍아 어멍아>가 눈에 들어온다.
야간 대학 동기로 35여년 교우하고 있는 신창선 선생님의 책이었다. 말이 동기이지 만학을 하신터라 한참이나 인생 선배이신 분으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후 몇 군데 대학 강의를 하시고 있는 분이다.
얼마전 스치듯 책을 한권 내었노라고 하시며 주신 것인데 무심하게 두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니 오랜 삶의 경륜과 교육자로서의 소회, 담담히 살아오신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보물들이 가득하였다.
가까이 있는 이 멋진 구절들 앞에서 면구스럽기 짝이 없다.
수록된 글 중 '골목길'에서 한 대목을 옮겨본다.
골목길은 떠나는 길이요. 돌아오는 길이다. 희망을 따라 떠나라고 다그치기도 하고, 그리움을 간직한 채 돌아오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희망과 그리움, 떠남과 돌아옴의 회귀적 삶이 너요, 나요, 우리들이다.
(중략)
내가 버린 골목길의 파편들을 주워 모은다. 그 파편들 속에서 멈춰 있는 시간이 되고 싶다. 파편속에는 기쁨이 있고, 위로와 성찰이 있다. 세상이 길을 만들고, 길 속에 사람이 있다. 사람 속에서 골목길이 노래 부른다.
쉬엄쉬엄 살아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