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및 보수 정치의 실패 이유와 앞으로의 과제
남일재 (동서대학교 교수 / 정치학 박사)
진보 좌파의 입장에서 논지를 펴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대략난감해 졌다. 친분이 있는 청탁자에게 농 삼아 나는 좌파진보주의자라고 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정치학자적 입장에서나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나 일관된 보수 우파였다. 물론 이 보수 우파라는 명제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을 알칵 뒤집어 놓은 보수세력과는 무관한 순수하게 이론적이며 당위적인 입장일 뿐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사태와 함께 지리멸렬해지고 실패한 정치로 나타난 한국 보수 정치세력을 보면서 순수하게나마 보수 정치를 지지해 왔던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진보 좌파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한국 정치의 보수세력에 실망한 사람으로서 보수정치가 왜 실패하였으며 그것이 박근혜 탄핵으로 귀결되어진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보수 정치는 무엇일까? 보수는 말 그대로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은 지키자는 것이다. 이 말은 진보가 고쳐야 할 문제는 고쳐야 한다는 점과 짝을 이루는 말이다. 그러면 한국 정치에 있어서 보수는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하였으며 또 지켜 왔는가 하는 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원론적으로 대한민국은 헌법에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화주의 정치가 이 나라의 기본 토대라는 점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란 자유주의를 전제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대화 타협 설득 그리고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통해 공동의 의견인 일반의지를 도출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공화주의는 군주주의 독재에 반하는 인민주권주의 정치형태로 이해되거나, 정치·사회에서 사적 이익보다 평등을 목표로 한 공공 이익을 중요시하는 도덕적 철학으로 이해되고 있다.
보수 정치는 바로 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키려는 이념적 가치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 있어서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러한 이념적 가치를 굳건하게 해 왔었는가를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그들은 자유주의를 핑계삼아 기득권 세력의 권력 유지와 특권 옹호를 해 왔을 뿐이다. 동시에 그들은 평등을 목표로 하는 공공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특정 세력의 사적 이익을 위해 봉사해 온 정황이 훨씬 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보수 정치세력의 정점이었고 존립 근거였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는 곧 보수 정치의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박근혜의 정치적 성공이 바로 보수 정치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내내 큰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소위 소통 부재 불통 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보수가 지켜야 할 기본 가치의 첫 단추는 민주주의이다. 그것은 곧 대화와 타협, 설득과 합의를 말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점에서 이미 실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념적 무장이 거의 안된 정치인이었다. 그는 보수 정치세력의 중심 아이콘이었지만 어쩌면 보수 정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정치 외교적 행마는 보수적 여론 마저 무시하는 패착의 연속이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보수 정치와는 달라보이는 친중반일 정책으로 시작하였던 국제 정치는 결국 사드 배치와 위안부문제 합의라는 완전히 다른 결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민 누구와도 소통하지 아니하였고 심지어 보수 정치세력들과의 사전 협의마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와 청년일자리 문제, 양극화와 재벌 개혁 그리고 경제민주화라는 과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무능이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라는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탄핵을 당한 것은 그가 이념적으로 전혀 무장이 안된 채 무능한 모습으로 국민적 염원이나 국가적 과제를 제데로 수행해 내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워 기득권 정치를 유지해 가려던 구 새누리당도 이러한 무능과 소통 부재의 연장 선상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보수 정치세력의 집결지 였던 구 새누리당 마저도 친박 비박 등으로 양분되어 보수 정치가 지켜가야 할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채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권력 다툼만 보였을 뿐이다.
심지어 구 새누리당 보수 정치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의 위기에 내 몰렸을 때 마저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호받아야 자신들의 입지도 지켜진다는 친박 세력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할 기회로 삼고자한 비박 세력의 충돌로 나타났었다. 그들은 결국 분열하고 당을 깨었고 결과는 참담하였다. 대통령은 탄핵당하여 구치소에 영어의 몸이 되었고, 이어진 대선에서는 국민의 외면을 받아 맥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 정당으로 갈라서서 소수 야당이 되어 버린 보수 정치세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력 회복을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 것은 그들이 자초하여 실패한 정치적 태도를 고치지도 못한 채 여전히 구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정치, 그리고 그것에 희망을 걸었던 많은 국민들에게 철저한 절망감만을 보여준 보수 정치세력들은 아직도 변화를 모른다.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지난 날 새누리당 내 공천 파동과 총선 패배, 박근혜 대통령 무능과 최순실 국정농단 및 탄핵 사태, 그리고 대선 참패를 당해오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보수 정치를 망쳐놓은 장본인들이 여전히 국회의원 직을 움켜쥐고 제 살길 만 찾는다. 미래를 위한 비전이나 대안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을 주도한 것은 소위 촛불세력과 지금의 여당, 문재인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런데 구 새누리당 비박세력, 지금의 바른 정당 역시 동참했었고 일부 친박 마저도 방조한 정황이 보인다. 박근혜 이후를 책임질 대안적 정치인이 없는데, 어쩌자고 그들은, 무슨 대안을 가지고 박근혜 탄핵을 주도하거나 동조했을까? 참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이라는 준비된 대안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이루어진다. 그래야 사회적 이슈와 국가적 과제를 제대로 반영하고 풀어갈 동력이 생긴다. 편파성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건전하고 제대로 된 보수 정치세력이 재건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수는 보수다워야 한다. 자유주의 정신에 투철하여야 하고, 국민과 더불어 대화하고 토론하며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개인의 능력이 극대화되도록 경쟁을 유도해야 하지만 궁극으로는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지켜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뼈를 깍는 자성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바탕위에서 새로운 지도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난날 영국 정치에서 보수당은 위기때마다 새로운 지도력을 찾아내어 극복하곤 했었다, 70년대 대처 수상이 그러했고, 90년대 캐머런 총리가 그랬다. 일본 역시 지리멸열하던 자민당이 아베라는 지도력을 찾아내었다.
한국 보수 정치의 미래는 새로운 대안과 지도력을 찾는데 있다. 제대로 된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한국 보수 정치는 희망이 없다.
* 아주 우수한 4촌 동생이 있습니다. 서울대 문과계열 학과에 2번이나 정상적으로 합격 졸업하여 학사학위가 2개이며, 연세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40대 중반에 의과대학에 도전하여 부산고신대학교 의대 합격후 예과 도중 자퇴. 이듬해 건양대학교 의대 합격 후 예과 수료 후 중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체력 부족으로 젊은이들과 의대 공부 경쟁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가방끈으로는 보기 드문 기록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제 60고개를 넘기 시작하는 그는 아직 미혼입니다. 그런 동생이 출퇴근 하는 직장 가진 것을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별 연락도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신문사를 설립하고 신문을 창간했는데 정치학교수인 형이 칼럼을 하나 써줘야겠다는 것입니다. 고료가 비싸다고 했더니 신문 잘되면 주겠노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모처럼의 부탁이자 신문 창간을 축하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한 편 써보냈는데 오...늘 신문이 도착하였습니다. 타블로이드판 16면 <태극사랑신문>입니다. 벌써 제목과 사진으로 보시듯 신문의 의도와 경향이 한눈에 보이는군요. 3면에 내 사진까지 붙여서 칼럼을 게재하였는데 정작 축하하고 기뻐할 일인지 상당히 아리송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내 글이 활자화 되었으니 누군가는 읽을 것이고 나는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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