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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과 차의 세계/옛 도자기를 매만지며

고미술품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어떤 만남

Etranger nam 2011. 6. 22. 02:24

 

1. 며칠 전 알고지내는 고미술 애호가 몇분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한분은 공무원으로 다양한 장르의 고미술품을 섭렵하며 즐기는 분이고, 또 한 분은 여성사업가분인데 중국도자기 마니아라고 했다. 또 다른 한분은 직접 고미술상을 하시는 분인데 원래는 고서적을 주로 취급하시다가 요즘은 도자기로 방향을 바꾸어 우리나라 섭치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 재현품 중국도자기를 수입판매도 하는 분이었다.

가기 다른 직업과 취향을 가진 분들이 우연히 한자리에 앉아 친교를 하는 자리였지만 자연히 주된 관심이 고미술품 쪽인지라 대화의 주제도 그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날 나눈 이야기중 몇 가지 공감을 하기도 하며 이견을 교환하기도 했던 부분들을 옮겨본다

먼저 중국도자기 마니아인 여성분께서는 중국도자기에 대한 식견없이 도자기를 논할 수 없다고 하시며, 오래전부터 명 청대 혹 그 이상 연대의 기물을 다수 소장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번에 우리 주변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중국도자기는 가품이거나 재현품이며 소장할 가치있는 물건이 별로 없지않느냐는 반론이 주어졌고, 그 우려는 우리 물건이라고 별 다를 바 없다는 쪽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공무원 애호가께서는 중국 물건 한국 물건 고미술 현대미술 안가리고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집하신다고 했다. 고미술업을 하시는 분은 사고 팔아 높은 이익이 창출되는 물건을 당연히 주로 취급하실 것이다.

 

하여 아런저런 견해를 두고 갑론을박하다가 대략 다음과 같은 잠정적 합의점을 찾았다

1. 어떤 기물을 만나고 소장하든 먼저 본인의 안목에 의해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굳이 진위를 찾으러 온 사방을 헤메이지 말자.

2. 혹 골동의 묘미가 숨어있는 보물을 재조명해내는 기쁨에 있다고 하더라도 시중에서 저렴하게 판매되는 물건이 숨어있던 보물일 수도 있다는 환상은 버리자. 싼 물건은 언제나 싼 물건일 뿐이다. 

3. 고미술품을 구매할 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하자. 투자를 위함인지, 고미술품 자체에 대한 무한 애정때문인지, 그냥 구매하고  되팔거나 교환하는 자체를 취미로 하기 위함인지... 그래야 구매할 때 분명한 판단이 선다.

4. 지금 소장하고 있는 물건을 언제 어느 때까지 무슨 목적으로 가지고 있을런지를 결정하자. 자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공익성있는 곳에 기부할 것인지, 개인 박물관이라도 만들것인지, 아님 적당할 때 다 팔아버릴 것이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알자.

 

헤어져 돌아오는 길, 그러면 나는 왜 우리 옛 도자기를 모으나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년전에 다른 사이트 어느 곳에 올렸던 글이 생각이 나서 이 곳에도 옮겨본다

 

2. 분청사기 다완 3점 이야기

 

 

 

 

 

년전에 고미술품 경매 사이트에서 도자기 몇점을 구했다. 대개 섭치들이라 공부삼아 부담없이 이런 저런 구색을 맞춰가며 경매를 즐기곤 했는데, 그 중에서 분청사기 3점이 1000원 경매에 나와 관심을 가져보았다.
이미 산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도굴과정에서 깨어지기도 하여 작품으로서 소장할 가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었지만, 자료로서는 의미가 있을 듯하여 응찰을 하였다. 아무리 시원찮아보여도 조선 초기 물건임이 분명한 기물들인데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아 나라도 관심을 가져본 것이다.
결국 내 차지가 되었는데 그 가격이 점당 2000원 합계 6000원이었다. 가격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만 그래도 500년 세월을 견뎌온 기물로서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의 한 장면을 읽을 수있는 유물인데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물론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사실 없다고 하더라도 나로서는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실제 물건을 받아보니 그런대로 다완의 형태도 갖추었고 인화문이나 귀얄문도 선명하여 사무실 한켠 책장에 잘 전시를 해두었더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또 차 한잔 나눌 손님들이 모두 한번씩 관심을 보일 때마다 짧은 상식이지만 우리 도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소재가 되어 상당한 즐거움도 얻는터라 나로서는 본전(?)은 물론 이 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는 없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기물들을 누가 탐내지도 아니할 것 같고, 어디 들고가서 팔 수도 없을 터라 영원한 내 것이 분명하여 또 한번 정이 더 가는 것이다. 혹 훗날 누군가 달라는 사람있으면 생색내며 선물을 할 수도 있을터라 생각하니 더없이 즐거운 일이었다.
식견도 짧고 경제력도 부족하여 빛나는 명품을 소장하는 재미야 애초에 포기하였고, 그저 심심파적으로 섭치 몇점 들었다 놓았다 하는 소꿉장난같은 나의 수집행위에 이 분청 다완 3점이 참으로 여러 의미를 더해주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