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친구 하태석의 갑작스런 별세에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한번은 가야할 길이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올 줄이야 늘 당당하고 건강한 자세를 보여준 그이기에 문상을 다녀오는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의 상심한 마음에 위로를 보낸다.
하긴 나도 지난 5개월 3기 직장암 선고를 받고 싸우듯이 버티고있지만 죽음앞으로 한발 가까이 다가선 것을 부인할 길이 없다. 방사선 치료 22회, 항암제 복용 32일, 부작용으로 1차 입원 15일, 체력회복을 위한 휴식 6주 , 수술을 위해 2차 입원 15일, 수술 후 지난 11월 3일 퇴원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그동안 병실까지 찾아와서 놀아준 친구들의 사랑이 너무고마웠다.
퇴원후 집에 들어서면서 마당 구석구석을 더욱 눈여겨 보고 있는 나를 의식하고는 혼자 멋적었다. 오래동안 같이 살아온 연못의 잉어들이 반가운 인사를 하는 듯 하였다. 다음날로 학교에 출근하여 인사들을 나누었다. 모두들 걱정을 해준 고마운 분들이라 게면쩍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놀던 물이 병원보다는 훨씬 편하고 좋더라. 아직 조금 불편하긴해도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빨리 원상회복되리라 믿기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해서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도 항암제를 먹으면서 한가지 달라지는 마음이 있었다 이제 바쁘게 살거나 욕심을 부리거나 하면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 진 것이다 어느덧 한바퀴 다돌아 종착역을 향해가는 나를 느끼면서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이제는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괜히 일희일비하며 맘 졸였고,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으며 그다지 가치도 없는 것들을 마치 보물인 듯 움켜쥐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실 한세상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종국에는 다 같아 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알게 된 듯 싶다.
이제 남은 인생은 좀 더 겸손하고 솔직하며 담백하게 살고싶다. 내가 믿는 하나님 앞에 움켜쥔 것 다 내려놓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철없이 살고 싶다. (2008.12.07. 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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