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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과 통합의 원리와 리더십

Etranger nam 2011. 6. 26. 02:43

조정과 통합의 원리와 리더십

남 일 재(동서대학교 교수)

 산업사회가 형성된 이후 계속적으로 전문성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없는 복잡 다양한 사회에서 분업과 전문화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경제적 부와 사회적 힘을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아주 가까운 예로서 의료분야의 전문화는 오래된 일입니다. 특정 분야에 정통한 전문의사가 아니면 더 이상 환자가 모이지 아니하며, 명의로서 명성을 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문직의 대명사인 변화사마저도 더 세분화되어 노동문제전문변호사, 국제통상전문변호사, 특허법률전문변호사, 가정문제전문변호사 등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 기업 경영이나 생산 현장에서 다양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배치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나 정부조직에도 영향을 미쳐 이제는 공무원 사회도 전문성이 없으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욕구와 요구도 점차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많은 자격증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교육 훈련 및 연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전문가의 종류가 너무 많아 미처 다 외울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처하지만 사회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예전에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보지 아니하였던 일 들이 새롭게 전문 직종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문성과 전문가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조율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분업과 전문화는 필연적으로 조정과 통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총체적인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의료기술과 의사가 아무리 전문화되어도 사람을 살리는 작업은 부분적인 치료만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종합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치이지요. 전문성만을 강조하면서 이 조정과 통합을 놓치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나무를 볼 줄 알지만 숲을 보지 못하게 되며, 부분적 질병은 치료하였으나 전체적 건강은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문화가 진행되고 전문가가 많아지며 전문 지식이 주목을 받을수록 누군가에 의해서 종합적인 통합과 조정이 더욱 필요해지게 됩니다. 이 통합의 일,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정치지도자이며 사회지도자인 것입니다.

 

  오늘날 리더십을 많이 논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유형별로 나누기도 하고 그 자질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며, 리더십에 따라 한 사회나 집단의 성격이 결정되고 심지어는 한 조직의 존망이 걸리기도 하는 것이지요. 리더십은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고 결단력이 있어야 하며 정열이 넘쳐야 한다는 고전적인 정의는 당연히 살아있으면서도 그 위에 다시 상당한 전문적 식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정치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전문가라고 하거나 안보문제전문가라고 하는 등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가가 많은 이 시대의 리더십은 또 한명의 평범한 전문가에 머무르기 보다는 많은 전문가들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실을 묶어 아우르며 조정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필요로 합니다. 분화되고 다양하며 모두가 각각 제 길로 가며 전문성을 외칠 때 전체 사회를 볼 줄 알고 총체적인 해답을 만들 줄 아는 능력, 즉 조정자이며 통합의 원리를 아는 사람을 우리는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부분적 전문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남아있는 과제, 앞으로 해결해 가야할 과제는 이 부분적 전문성을 하나로 묶는 일입니다. 코디네이션이 필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회적 분열과 대립, 갈등의 한 원인은 분업과 전문성의 충돌일 수도 있습니다. 분업과 전문화의 행간에서 그 것들을 조화롭게 만들며 서로 하나의 목표로 결집되게 해주는 조정 작업이 어느 때 보다도 강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치료하고 전체 국민을 매만져주며 모두가 총체적인 국가발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리더십을 기대해 봅니다.

 

2007년 2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