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이신 글마당츨판사 대표 최수경님께서 귀한 책을 보내오셨습니다.
탈북 꽃제비 출신 천재 여류시인 백이무씨의 자전적 서사시집 '꽃제비의 소원' 입니다.
사치에 가까운 막연한 감상이 아니라 처절하다 못해 하늘에 사무치는 극한적 체험을, 피맺힌 절규로 토해내는 시인의 외침에 한 장 한 장 눈물 뚝뚝 흘리며 읽었습니다.
부모가모두 굶어 죽은 후 꽃제비가 되어 굶주림과 죽음앞에 직면하고, 차라리 짐승을 부러워하며 이곳저곳 떠돌면서 초근목피로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 온 시인의 삶은 삶이라기보다 어쩌면 고통없는 죽음보다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나의 원적지가 함경북도 회령이라 더 감정이 북받쳤는지도 모르지만요
시귀 한 구절 옮겨 적어 봅니다.
조선에서 태어난 죄
아저씨, 제발 때리지 마세요./ 훔쳐 먹다 붙잡힌 죄 크지만 / 내말을 한 번만 들어주세요
사실은 나에게 죄가 없어요 / 이제 겨우 아홉살인 철부지 고아 / 꽃제비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요?
나에게 만약 죄가 있다면 / 그저 단 한 가지 죄 아닌 죄 / 조선에서 태어난 죄 밖에 없어요.
나는 오직 빌어먹고 싶었지만 / 이 나라가 너무너무 가난해 / 구걸할 음식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배고픔을 참다 못해/ 죽지 않고 살기 위해 훔쳐 먹은 죄 / 그것이 죄라면 내 죄예요
중략
이렇게 훔치다가 붙잡혀서 / 모진 매 맞으며 애원하면서 / 서럽게 울지도 않을거예요.
오로지 이 땅에서 잘못 태어난 / 그 때문에 억울한 죄인이 되니 / 불쌍히 여겨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