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길이라고 했던가요. 그것도 부산을 경유하여 가는 진주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주신 편고재주인 어른과 대구의 다완 수집가 박재현 변호사님, 그리고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지원스님(포정은 스님의 속가 아호입니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모두들 우리 고미술, 그것도 고려 다완을 주제로 한 만남이었으니 참으로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50대 60대 중년의 남자들이 사전에 별다른 인연도 없으면서, 오직 도자기 구경 하나를 핑게삼아 모이고 돌아다니는 이 행동들이 별로 어색하지도 않은 것이 신기했습니다. 저야 사실 도자기나 다완에 그리 큰 지식도, 정열도 없이 섭치 몇점 붙들고 소꿉장난 하는 정도이지만, 지원스님이나 박변호사님은 이미 수천점의 보물급 기물들을 소장하시면서 식견을 넓혀 오신 분들이고, 편고재 주인 어른이야 말할 나위 없는 도자기 애호가이시며 해박한 이론가이시니 그 만남과 대화속에서 귀동냥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벛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봄날, 진양호반을 휘돌아 산사를 찾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고, 스님이 직접 발효시켰다는 다(茶)한잔 나누며 담소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수십년 모아둔 우리 옛 다완들을 하나씩 꺼내들고 감상하는것은 너무도 좋았습니다. 웅천산, 김해산 등 경상도 다완들의 기품, 백자인지 분청사기인지 가름하기 어려운 비파색 다완들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고, 한 점 한 점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음에 드는 다완 한 점 집에 가져가서 감상좀 하고 돌려드리겠다며 집어드는 나의 느닷없는 행동를 단호히 거절하며, 손에 든 다완을 빼앗아 감추는 스님의 웃음은 너무도 재미있었습니다.
돌아서는 길 대구에 들러 밤이 깊도록, 그것도 서울행 막차 시간에 이르기까지 소주잔 기울이며 여흥을 즐긴 후 부산으로 차를 몰아 내려오는 시간이 전혀 피곤하지도 않았고, 언제 시간내어 다시 한번 이런 자리 해야겠다는 다짐만 혼자 하였습니다. 또 언제 하루 날 잡아 대구 박변호사님 댁의 눈부신 보물들을 눈으로 나마 훔치러 가야할까 봅니다,
나의 느닷없는 엉뚱한 제안을 받아주시고 먼길을 달려 오신 이규진 선생님, 멋진 저녁을 대접해주신 박변호사님, 귀한 보물들을 무료로 보여주시고 차까지 맛보여 주신 지원 스님 모두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04.20 아츠넷http://www.artsnet.co.kr/ 편고재주인의 열린 사랑방에 올렸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