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을 허물고 길을 넓히자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많은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특히 동서양 문명이 걸어왔던 과정을 보노라면 묘한 생각이 들지요. 과거 동양문명이 꽃피웠던 시대에 서양은 참 보잘 것 없는 문명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인류 문화의 발상지도 대부분 동양이었고, 종이나 도자기 같이 인류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준 발명품들 역시 동양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근대 이후 세계를 제패하고 현재를 지배하면서 미래에 이르는 힘을 보이는 것은 서양문명이라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동양사회도 서양 문명의 영향 속에서 살게 되었고 서양식 사고와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가 되어왔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여러 가지 분석이 많을 수 있지만 나는 그 것을 동서양 문명이 나타내는 상징적 키워드로서 설명하곤 합니다. 먼저 동양 문명을 대표하여 중국을 바라보면, 만리장성과 자금성이 떠오릅니다. 중국 여행 중 정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그 규모의 장대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곳이었지요. 허나 이 경이로운 유적이 바로 중국 사회를 서양에 뒤처지게 한 원인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이나 모두 성벽입니다. 즉 거대한 담벼락으로서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내부를 지켜내고 보호하는 장치인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이 성벽은 곧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중국인들은 이 성벽 속에 앉아서 세상의 중심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마약에 중독된 삶을 살아온 것 이었습니다. 외부와의 단절은 바로 문화적 자폐증을 가져오고 종국에는 문화적 근친교배를 통해 사회적 열성인자가 증폭되어 그 사회를 서서히 퇴보시키는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반면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로마 문명을 떠올릴 때는 언제나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라고 하는 말입니다. 로마인들은 성을 쌓고 들어 앉아 살기보다는 전 세계를 향하여 길을 내며 전진함으로써 대 제국을 건설하였습니다. 이 로마 문명의 후예들이 후일 히말리야 산맥을 넘어 중국을 찾았고, 대서양을 건너 새 대륙을 발견하였으며, 태평양을 건넘으로서 전 세계를 서양 문명의 품 속으로 끌어넣는 데 성공하였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화시대가 열렸다고 합니다. 국경과 영역이 없이 개방된 시대라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서 국가와 국가사이에 모든 장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길을 열어가자는 것입니다. 앞에서 예를 든 중국이 사회주의의 장벽을 넘어 세계로 나온 후 엄청난 속도로 완전히 새로운 국가, 강한 국가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교통 통신의 발달과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은 이미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았습니다. 더 이상 장벽과 성이 존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세상 모든 사랍들이 서로 교류하며 사는 길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나 개인이나 이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한다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패배의 길로 접어 들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높은 담을 쌓고 나만의 성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의 담벼락을 아직 허물지 못하고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단절과 고립은 정체를 낳고 서서히 썩어가며 망하는 길입니다. 모든 성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열어 교류와 대화의 삶을 살 때 새로운 에너지가 넘치게 되며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게 됩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하고 또 세계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며,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FTA체결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어떠한 장벽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 삶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이 될 것입니다. 모든 젊은이들이 막혀있는 성벽을 허물어 내고, 미래를 향해 넓은 길을 열어 가면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2007년 1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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