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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편고재 주인의 사랑방에서

이도다완에 대한 문외한의 이유 있는 의문

Etranger nam 2011. 6. 23. 07:29

 

도자기 특히 다완에 대해서는 무지함 그 자체인 문외한임을 고백하면서, 또 감히 이도다완을 논할 자격이나 위치에 있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여 아주 개인적인 의문 몇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그 첫째는 우리나라 다완 중에서도 이도다완에 대한 관심이 너무 크고 그것을 재현해 내고자 하는 도공과 장인들의 노력 또한 대단한 것에 대한 의문이다. 왜 우리는 이도다완과 그 것의 재현에 집착하는가?
우리나라 막사발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었다는 사실 때문인가? 아니면 이도다완 그 자체가 다른 어떤 다완보다도 우수한 품격이 있는 신비의 다완이기 때문인가? 혹 후자라고 해도 그 가치를 우리나라 다인들이 차를 즐기는 가운데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일본 다인들에 의한 선호도에서 기인 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편고재 주인께서 앞의 글에서
<고려다완, 그 중에서도 이도다완의 .... 학술적 접근이 미미했던 것은 고려다완의 의미나 가치 부여가 일본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데다 지방요라는 핸디캡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학술적 가치와는 별도로 이도다완이라는 것이 일본에서 워낙 성가가 높은 것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관심이 날로 증폭되어 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라고 하셨듯이 이도 다완은 일본인에 의해 발굴되고 사랑받은 다완이며, 지금의 도공들에 의한 재현품들 역시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도다완은 정말 한국의 다완인가? 막사발이라고 할 때는 우리 것이 틀림없겠지만 다완으로서는 분명 일본의 문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우리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애용했던 막사발이었다면 왜 우리나라 전역 아니 경상남도 더 좁혀서 진해 웅천, 곤양, 하동 등지에서라도 그 개체수가 그렇게 적은가?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 막사발은 시중에서 몇만원대에 돌아다닐 만큼 많은데 왜 이도다완으로 사용한 막사발만 보이지 않는 것일까?
어떤 이는 이도다완은 우리나라 막사발 자체가 아니라 옛날 일본인들의 주문에 의해 우리나라 도공들이 맞춤 생산해 준, 당시로서는 제법 고가의 상품이었을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네 옛 어른들은 별로 쓰지 아니했으리라. 나는 이 견해가 상당히 타당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왜 이도 다완을 찾아 헤메이는가? 정녕 우리 문화와 엣 도공의 기술적 업적를 찾기 위함인가? 아니면 비싼 가치가 매겨진 일본 국보급과 버금가는 물건을 찾아 일확천금을 하기 위함인가?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일본의 이도다완이 국보급이며 고가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은 이도다완 그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엣 막부의 쇼군들에 의해 애용되고 전승되는 동안 몇몇겹 나무 상자로 싸고 또 싸서 그 상자 마다 그 다완을 즐기던 이들의 사연과 당시의 배경, 시귀등을 적어둔 일본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기억이 된다.

또한 우리는 이도다완으로 말차를 즐기는 문화가 별로 없었다. 그것도 소수의 일본 귀족들이 작은 중국의 천목다완으로 차를 즐기다가 독살당해 죽는 일이 빈번했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제법 큰 막사발(이도다완)에 말차를 담아 돌려가며 마시게 했던 일본 전국시대와 같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은 더더욱 없었다.
만약 한국에서 이도다완이 사용되었더라도 그야말로 평범한 막걸리잔이나 국사발 정도였을 것이며, 다른 여타의 막사발보다 별로 중요하지도 의미있지도 아니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국인이 이도다완에 대하여 그토록 높은 가치를 부여할 의미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아닐까?

이름은 또 왜 이도다완인가? 정호(井戶)로 이름 지은 것도, 이를 '이도'로 읽는 것도 바로 일본인들이다. 적어도 이름만으로 볼 때 이도다완은 우리 막사발은 분명 아닌 것으로 본다. 이도다완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오직 일본인들이 좋아하고, 그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었으며 또 아주 고가로 팔릴 수 있는 이유 때문이라면 나는 이도다완을 적어도 우리 문화재로서는 귀하게 여기고 싶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그냥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일 뿐이라고 본다.

나 역시 차를 즐기지만 이도다완(아주 잘 만든 재현품)에 마실 때나 그냥 밥주발에 마실 때나 차의 향과 맛 색감은 전혀 다르지 않다. 몇번이나 이도다완이 차를 즐기는데 얼마나 좋은물건일까 생각하며 실험아닌 실험을 했지만 감각이 무디어서인지? 나만의 편견 때문인지? 진짜 이도다완을 보지도 못한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004.10.25 아츠넷http://www.artsnet.co.kr/
편고재주인의 열린 사랑방에 올렸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