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전, 아찔한 추억이 깃든 삼랑진 역
삼랑진 역 앞은 시간이 무척 느리게 흐르고 있는 곳이다. 50여년 전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옅볼 수 있는 거리가 제법 잘 보존되어 있다. 이 곳으로 일부러 추억을 찾아 나서지는 아니했지만, 우연히 지나게 된 삼랑진 역 앞에서 나는 옛 추억의 사건을 되새김질 해본다, (2012년 3월 어느날)
삼랑진 역 - 새로 잘 지어져 옛 모습은 아니나 운치는 여전하다
55년전, 당시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 약 5세 때의 일이다. 우리 집은 부산시 좌천동 지금의 수정터널 진입 고가도로 밑이었고, 부산진역이 무척 가까운 곳이었다. 대구로 출장을 가신 아버지를 따라간다고 나선 길, 부산진역에서 무작정 열차에 올라타고 아버지를 찾아 헤메였으나 이 열차는 진주행이었다. 조그만 아이가 열차 안을 마구 헤집고 다니자 사람들이 말을 걸었고, 대구에 가신 아버지를 찾아 가는 길이라 하니 황당해 하신 승객 분들이 나를 대책없이 내려준 곳이 바로 삼랑진역이었다.
삼랑진 파출소 - 나의 오늘을 지켜준 곳, 언제라도 이 곳 근무 경관들에게 밥한끼 사야할 곳이다.
삼랑진역은 경부선과 졍전선이 갈리는 곳이라 진주까지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삼랑진 역앞은 너무도 한적한 시골이었고, 초가집으로 된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지금도 기억 속에 있다. 혼자 거리를 헤메다 역 앞 구두닦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고, 바로 역전 파출소로 인도되었다. 이 파출소는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 아마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우리집 주소와 아버님 함자 등을 알고 있었던 탓으로 나는 파출소 경찰관들에 의해 우리 집 주소가 적힌 꼬리표를 목에 걸고 부산행 화물 열차로 탁송되었다. 화물칸에는 크고작은 각종 화물과 짐 보따리들이 있었고, 심지어 소 한마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부산진역에 도착하고 보니 눈에 익은 곳이었다. 역무원에 의하여 집까지 무사 배달된 나는 그날 밤 되지게 매를 맞았었다.
삼랑진 역앞 거리, 여전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당시 삼랑진역에 내려지지 아니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구두 닦던 분이 파출소로 데려가지 아니했었다면? 내가 우리집 주소를 모르고 있었다면? 아마 영영 가족과 헤어져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아니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돌리기에는 무척이나 아찔하다.
한적한 시골 거리가 오히려 정겹다
간판은 오늘날 새로워졌으나 집 모습은 수십년전 그대로이다.
이곳에도 부동산 열풍이 지나간 듯...
달걀을 팔러 나오신 동네 할머니들
웬지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같기도 하고...
옆집 살던 동무가 곧 나올 것 같다. 50여년전 우리집이 있던 부산 좌천동 거리도 꼭 이 수준이었으니까...
걸러온길 뒤돌아 봐도 내내 정겨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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