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박, 1980년대 초 부산일보 기자들이 출자하여 광복동 입구 농협뒷편 주차장에 포장마차를 만들고 잔을 나누던 리어카 이름이었다. 이 곳을 후일 소설가 윤진상씨가 인수하여 부인과 함께 운영하였고 부산의 먹물 서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 답답하고 암울한 시절에 시인, 작가, 화가, 연극인 기자, 공무원, 교수등을 비롯하여 학생 과 일반 시민들도 즐겨 찾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시대의 정서를 술잔에 담았고, 양산박은 세상사는 담론을 펼치던 사랑방이었다.
각종 전시회 발표회 음악회 후에는 거의 이곳에서 뒤풀이를 하곤 했다.
1982년 극제신문 기자 최화수가 이 윤진상의 '양산박'을 소재로 쓴 글 '양산박'이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서 상을 타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고, 이후 여러 지방의 먹물들이 부산에 오면 반드시 이곳으로 찾아들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최화수는 이렇게 논픽션 양산박의 서두를 써내려 갔다.
오후 어스름 영도다리 위를 윤진상이 절름거리며 걸어 온다.
마치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절룩거리며 다리 위를 걸어 가던 것처럼...
수년뒤 시인 임명수씨가 인근에 양산박이라는 주점을 열어 한동안 윤산박, 임산박 두개의 양(兩)산박이 존재하기도 했었다.
최화수 임명수 두 분은 벌써 타계하셨고 80대 중반 소설가 윤진상씨는 '윤산박'을 벌써 폐업했지만 아직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면서 양산박 시절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그 시절 남포동 중앙동 일대에는 양산박과 더불어 부산민학회장이신 화가 주경업선생 강정자 여사 내외의 다락방(후 산마루), 영원한 주모 이정매 여사의 계림, 그리고 부산포(골목집)등이 부산 문화사랑방으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그 사랑방들을 선배들 따라 다니며 술잔을 나누며 덕담을듣고 인생을 배우던 시절, 낭만이 뜩뚝 묻어나는 아련한 추억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소설가 요산 김정한 선생님, 영원한 낭만 기인 부산일보 논설위원 허천선생님, 부산시장을 지내신 전 내무부장관 김현옥 님, 생물학자로 이름 높으셨던 전 교육감 주상우님, 부산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최재훈님, 전 국제신문 편집국장 김택환님 그리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많은 선후배 기자 교수 등 대작하던 먹물 주당님들은 이제 대부분 뵙기 어렵게 되었고, 사랑방들도 하나 둘씩 잊혀져 간다.
지금은 부산포 한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옛정취는 사라진지 오래다.
나역시 오래전 술을 멀리하게된 터에 대작할 선배도 동료도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그 거리를 이제 더는 기웃거리지 않는다.
다만 가슴 한 편에 젊은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아래 그림은 화가 주경업님께서 그 시절 다락방 모습을 그린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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