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의 정전 70주년 '피난수도 부산' 다큐 제작에 미력이나마 거들다가 갑자기 옛 생각들이 났다.
6.25이후 60년대 초반 초등학교 시절, 부산항에는 미국 수송선이 자주 들어 왔었다.
유엔 한국 재건단(UNKRA) 사업으로 원조물자가 미국으로부터 많이 들어 왔는데, 그중 콩 옥수수 밀등을 실어온 배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부산항 인근 범일5동 매축지와 좌천동 등에 살던 우리는 콩배 강냉이(옥수수)배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저녁 해걸음 동네 아이들과 바가지 하나씩 들고 부두로 향했다.
하역 작업 중 흘려놓은 콩 옥수수 등 곡물들을 손으로 쓸어담아 한 바가지씩 들고 왔다.
물론 흙이 절반이나 섞여있었지만 비둘기들이 다 먹기전에 가져온것 만으로도, 또 이웃 수정동 초량동 아이들과 영역 다툼없이 가져온 날은 더 기뻤다.
이 옥수수는 다음날(?) 학교에서 점심밥 굶는 친구들에게 손바닥만한 노란 강냉이떡으로 주어지는 곡물이었다.
내 짝은 이 옥수수떡을 매일 받는 아이였는데 나는 그 것이 먹고싶어 김치반찬 도시락과 자주 바꾸어 먹곤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바꾸어 먹기를 거부하여 물어 보았더니 아침에 밥을 적게 구걸하여 집에 점심거리가 없어 떡을 동생에게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짝은 늘 지각해도 혼나지 않았고 매일 옥수수떡을 받아 먹는 이유를 그 때야 알았다.
부산항은 어릴적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중학교시절 베트남 파병 군인들 환송식에도 나갔었고, 4부두(석탄부두) 인근에서 헤엄치며 놀다 꼬시래기 잡아 날로 뜯어 먹던(자연산 즉석 회?) 곳이기도 하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 친구들이 그립다. 이제 70줄 넘어 손자들 보면서 추석을 잘 지냈을 것이고, 이렇게 나처럼 옛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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