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교육이 미래 동력의 원천이다
남 일 재(동서대학교 교수)
오늘날 경제대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성공의 배경으로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근면 성실함,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기업인들의 도전정신 등이 잘 어우러진 결과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성공의 배경이 되는 이 모든 요인들은 결국 한가지로 귀결됩니다. 그 것은 대한민국에는 잘 교육받은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천막을 치며 지켜내었던 학교들, 물장사를 하면서도 자녀 교육에 주력하였던 어버이들, 배고픔을 참으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모두 이 나라의 동력이 되었던 것이지요. 지난날 한국 사회는 참으로 어려웠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에는 위대한 선생님들에 의한 희망 넘치는 가르침이 있고, 뜨거운 사랑의 매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날 교육의 현장에는 치열하게 논쟁을 하는 의제가 하나 있습니다. 소위 3불정책을 둘러싼 논쟁입니다. 그 것은 결국 영재 즉 차별화된 엘리트 교육인가? 아니면 대중교육인가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주류 교육은 당연히 대중 교육입니다. 즉 평준화정책으로 인한 보편성 교육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평등하게 베풀자는 것이지요. 이 보편적 평준화 교육은 많은 장점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과도한 경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게 하여 전인적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 보편적 평준화 교육이 한국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제 평준화정책을 폐지할 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논거는 경쟁이 없는 교육은 하향평준화를 가져와서 결국 모든 학생들의 수준을 저하시킨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기초 실력을 못 갖춘 학생들을 바라보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미적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대생,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과학도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닌 현실이 된 것입니다.
넘치는 교육열 특히 대학 진학의 열망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하여 무분별하게 대학이 증설되었고, 이는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을 대학으로 밀어 넣고도 대학 정원이 남아도는 현실을 초래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선호도 높은 대학은 존재하며, 이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는 결국 엄청난 경쟁의 늪을 지나야만 합니다. 중고등 학교의 교육 현장이 경쟁의 원리를 포기한 채 평준화 되는 순간, 선호도 높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이들은 사교육이라는 또 다른 교육 현장으로 옮겨가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보편적 평준화 교육 이후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는 엘리트 양성이라는 과제를 포기하였고, 이 엘리트 양성을 학원이라는 사교육 시장으로 넘겨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지요.
지난날 한국 교육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엘리트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즉 교실에서 경쟁의 원리가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다 같은 소질과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이 차별화된 능력과 소질을 찾아내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지름길은 경쟁의 원리입니다. 다만 경쟁의 장이 보다 다양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 내 몰리면 인성교육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견해에는 일부 수긍할만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은 무한하나 자원은 유한하며, 인간의 능력도 한계가 있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경쟁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인 것입니다. 교육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현장이 경쟁의 연속인 것을 감안하면 교육은 당연히 이 원리를 가르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서 엘리트를 길러내어야 하는 것입니다.
너무 일찍 경쟁에 내몰 수 없다면 적어도 육체적 성숙도가 완성된 고등학교 교육 이후의 교육은 철저하고도 냉엄한 경쟁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평준화된 고등학교 보다는 경쟁있는 고등학교가 요구되며, 대학들은 이에 부응하여 자율적으로 학생선발권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적어도 소위 본고사는 부활하는 것 이 옳으며, 이미 격차가 벌어진 고등학교를 등급화하는 일은 불가피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 있는 대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은 경쟁력 있는 교육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그 시작은 중고등학교 교육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미래를 향한 동력으로서의 경잭력 있는 교육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대세입니다.
2007년 4월 부산교통방송 라디오칼럼